영화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
Pinocchio, 2022
개요 : 애니메이션, 다크 판타지
버닝타임 : 117분
개봉 : [국내] 2022년 11월 23일
등급 : 전체관람가
감독 : 기예르모 델 토로, 마크 구스타프슨
평론가들에게 사전 공개 후 압도적인 호평을 받은 작품
2022년 넷플릭스에 공개된,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거짓말을 하면 코가 자라나는 나무인형 ‘피노키오’를 원작으로 재해석하여 만들어진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입니다.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는 스톱모션 방식으로 제작된 뮤지컬 형식의 애니메이션으로 전반적으로 어두운 분위기지만 보는 재미가 있었고, 무려 제작에 15년이나 걸렸다고 합니다. 현재 넷플릭스에서 시청하실 수 있고, 15년이나 걸린 만큼 영화의 제작 비하인드 스토리인 [기예르모 델 토로의 피노키오: 손끝으로 빚어낸 시네마]도 영상으로 시청할 수 있어서 피노키오를 보신 분들은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피노키오는 동명의 이탈리아 동화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망한 아동문학 중 하나인데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번역된 책 중에 하나이며, 가장 많이 번역된 이탈리아어 책이 라고도 합니다.
영화를 감독한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2006년 [판의 미로-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의 감독을 맡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어둡고, 동화원작이만 이탈리아의 무솔리니 파시즘이 자리 잡게 된 시점을 배경으로 하여, 전쟁에 대한 이야기도 같이 다루고 있습니다. 영화 ‘판의 미로’에 대해서 ‘어린아이에 시각에서 본 전쟁’이라는 표현이 있었는데, 여기에서도 피노키오가 전쟁 훈련을 받는 장면이 나오는 등 전쟁 상황이 배경이기 때문에 폭탄이나 기뢰 등의 물건들이 자주 등장 합니다. 영화에서 잣송이가 자주 등장하는데 토스카나어(표준 이탈리아어의 기반이 된 사투리)로 피노키오(Pinocchio)가 잣송이를 뜻한다고 하는데, 저도 이번에 처음 알았네요
원작동화는 ‘피노키오의 모험, 꼭두각시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총 36회, 로마 지역 어린이 신문에서 연재되었다고 합니다. 작가인 카를로 콜로디가 피노키오를 연재하면서 원고료를 지급받지 못하자 결국 홧김에 피노키오가 강도에 의해 나무에 매달려 죽게 되는 잔혹한 내용의 결말로 완결하였다가 결말 후 여러 독자들의 항의와 담당 편집자의 설득 덕에 신문사에서 밀린 원고료를 지급하면서 내용을 다시 수정하여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피노키오가 사람이 되는 해피엔딩으로 완결하였다고 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고료 밀리면 못 참지) 이후 원래 동화책으로 만들 예정은 없었지만, 인기가 매우 좋아서 연재를 마친 이듬해인 1883년에 책으로 출판되었습니다.
원작과는 사뭇 다른, 하지만 큰 틀은 벗어나지 않고 기예르모 감독의 색다른 해석이 들어간 이번 작품은 보는 동안 지루하지 않았고,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많은 작품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줄거리
이탈리아의 한 작은 마을의 목수 마스터 제페토, 그에게는 사랑하는 아들 카를로가 있었습니다.
아들과 함께하는 나날은 제페토에게 너무나도 소중하고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세계대전으로 이 작은 마을에까지 폭탄이 떨어지며 카를로는 아버지의 곁을 떠나게 됩니다.
제페토는 카를로를 잃은 슬픔을 술로 달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지만 나아지지 않는 마음에 분을 품고 아들의 무덤 곁에 있던 나무를 베어와 꼭두각시 인형으로 카를로를 만들고 취해 잠이 듭니다.
이 모습을 지켜보았던 푸른 요정은 나무인형에게 생명을 불어 넣고 피노키오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피노키오의 심장 부분에 자리를 잡고 있던 귀뚜라미 세바스티안 J. 크리켓에게 원하는 소원 한 가지를 들어주는 조건으로 피노키오를 돕게 합니다. 살아있는 피노키오를 보고 놀란 제페토, 하지만 피노키오는 자신이 바랬던 카를로의 모습이 아니었고, 모든 것이 처음인 피노키오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마을사람들을 놀라게 해 결국 시장님의 의견으로 학교에 보내 교육을 시키게 합니다.
학교로 가는 길 서커스단의 단장인 볼페 백작의 유혹에 못이겨 그 와 계약하고 서커스 단으로 향하게 됩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제페토는 피노키오는 되찾아오고, 그 과정에서 피노키오는 죽음을 맞이합니다.
그 후 사후세계에 도착한 피노키오, 자신이 죽을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듣게 되었고, 죽음 뒤엔 약속된 시간만큼만 그곳에 머물고 다시 살아나게 됩니다. 하지만 자신이 한 계약으로 인해 다시 서커스 단에 찾아가게 되고, 제페토에게 수익의 절반을 준다는 조건으로 서커스단의 공연을 위해 작은 마을을 떠나게 됩니다. 크리켓을 통해 피노키오가 떠난 것을 알게 된 제페토는 피노키오를 되찾기 위해 함께 마을을 떠나지만, 서커스단의 소식을 쫓아 해협을 건너다 그곳에 살고 있는 괴물 물고기에게 삼켜지게 됩니다. 한 편 피노키오는 볼페의 원숭이인 스파자투라를 통해 볼페가 제페토에게 돈을 보내지 않은 것을 알게 되고, 총리 무솔리니가 참석한 공연에서 총리를 조롱하는 노래를 불러 다시 한번 사후세계로 떠나게 됩니다.
다시 살아난 피노키오는 이번엔 어린아이들에게 전쟁훈련을 하는 캠프로 끌려가게 되고, 훈련 중 폭격을 받아 캠프 저 멀리 날아가게 됩니다. 그 곳에서 만나게 된 볼페 백작. 자신의 공연을 망친 피노키오에게 복수하기 위해 벼르고 있던 볼페에게 잡혀 죽을 위기에 놓인 피노키오, 그때 볼페의 원숭이 스파자투라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죽을 위기를 모면하지만 둘은 바다에 빠져 괴물 물고기의 배속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물고기의 배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던 중 작은 배 한 척을 발견한 그 들, 그곳에서 기적적으로 제페토와 크리켓을 만나게 됩니다.
그들은 피노키오의 코를 사용해서 괴물 물고기 속에서 탈출에 성공하지만, 피노키오는 괴물 물고기를 죽이며 결국 다시 한 번 죽음을 맞이하게 되고 사후세계로 넘어온 그 순간에도 바다에 빠져 죽어가는 제페토를 위해 불멸을 포기하고 제페토를 구하러 가게 됩니다. 결국 제페토를 살린 피노키오는 마지막 죽음을 맞이하지만, 피노키오의 조력자인 크리켓의 소원으로 다시 살아나게 됩니다. 그 후 피노키오는 제페토와 크리켓, 스파자투라의 죽음을 보고 난 후 자리를 떠나며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삶이란 끔찍한 고통이로다.
우선 영화는 피노키오가 ‘진짜 사람’이 되는 것으로 결말이 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주변 인물에 죽음과 한 번 밖에 남지 않은 생명을 통해 피노키오는 ‘진짜 사람’이라는 의미를 갖게 되고, 또 그렇게 마무리됩니다. 영화 초반 영화에 대해서 크리켓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이 이야기는 “불완전한 아버지와 불완전한 아들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상실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 라고.
제페토가 피노키오에게 바랐던 카를로의 모습은 영화 마지막까지 찾을 수 없습니다. 아마 피노키오도 마찬가지로 자신이 원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제페토와는 달랐을 것입니다. 하지만 영화가 말하는 궁극적인 것은 모든 것이 내가 원하는 것과 다르고 불완전 하지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하자는 것.
“카를로가 되지도, 다른 누군가가 되지도 마라.
네 모습 그대로 살아. 난 널 사랑한다. 있는 그대로의 너를”
마지막에 자신을 살리고 되살아난 피노키오에게 하는 이야기 입니다.
특히 영화에서 나오는 피노키오는 제페토가 술에 취하고 분노에 찬 상태로 만들어져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은 부분이 많습니다. 특히 잘 만들어진 꼭두각시 인형들과 대조되는 장면도 나오는데, 피노키오는 색도 칠해져 있지 않고, 못이 튀어나오고, 귀도 하나밖에 없고, 가슴에는 구멍이 나있는 확실히 어딘가 엉성하고 조악하게 만들어졌습니다.
‘위대한 쇼맨’에서도 눈에 띄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This is me” 라는 대사를 통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자는 의미에서 같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영화라고 생각됩니다.
제 개인적으로 영화에서 인생의 격언으로 쓰일만한 대사들이 많았다고 생각했는데,
“좋은 걸 얻으려면 인내할 줄 알아야해”
“거짓말은 기다란 코 같아서 거짓말을 한 사람 자신 이외의 모든 사람들에게 보이거든”
“삶이란 끔찍한 고통이로다.”
최근 누군가의 거짓말로 힘든 시간을 보냈고, 잘 먹고 잘 사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많아지면서 여러모로 와닿는 대사가 많았던 영화였습니다. 여느 다른 동화가 그렇듯 성인에게 전달해 주는 의미도 참 많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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